사코와 반제티

독서일기 | 2009/11/10 19:33 | 김준성


세계를 뒤흔든 20세기 미국의 마녀재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입니다. 자칭 이 책의 홍보대사라는 분으로부터 빌려 읽었는데요,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. 이제서야 한국 사회에 사코와 반제티 사건이 소개된 것이 의외라고 할 정도로, 우리는 모르고 있던 미국 현대사의 큰 오점이더군요.

사코와 반제티라는 두 명의 이탈리아 이민자가 미국 사회의 인종적 편견에 희생당하는 것을 보며 미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네, 라고 생각했습니다. 결정적인 증거도 없고 반면 두 사람이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여러 가지 증거를 무시하며 내려진 판결, 그리고 그에 항의하는 미국의 양심 세력들. 드레퓌스 사건과 많이 닮았습니다.

그리고 또 저는 이 책을 읽으며, 많이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얼마 전 추방당한 네팔인 미누를 생각했습니다. 18년 동안이나 한국에 살며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던 미누는 사실 한국인이죠. 그런 그를 쫓아낸 한국 사회의 모습은 20세기 초 미국 사회와 다르지 않습니다.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전기 의자에서 생을 마친 사코와 반제티에 빚댈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누 문제는 큰 틀에서 봤을 때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.

편집도 훌륭하고, 5백쪽이 넘는 분량의 책에서 오탈자를 딱 하나 발견했을 정도로 교정교열도 잘 된 책입니다.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전혀 팔릴 것 같지 않은 책을 낸 삼천리 출판사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. 이런 책이 잘 팔리고 널리 읽히는 사회가 될 때 우리 사회도 헌법재판소의 부끄러운 판결을 더 이상 안 볼 수 있겠죠.

미국 현대사, 사법 제도의 문제, 인종 혐오의 문제,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어두운 역사 등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.

2009/11/10 19:33 2009/11/10 19:3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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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비밀방문자 2009/11/29 14:53

   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.

  2. 김준성 2009/11/29 19:15

    네, 계속 좋은 책 만들어주세요. 사코와 반제티를 내주셔서 고맙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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