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2000년에 조지 W 부시가 더 적은 표를 얻고도 앨 고어를 물리치고 미국 대통령이 되었을 때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쿠데타라고 했었죠. 당시 쿠데타의 주역은 미국 연방대법원이었습니다. 당시 미국 연방대법원은 5 대 4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중지하라는 판결을 내려 조지 W 부시의 대통령 당선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.
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 대통령을 결정하듯이 한국에서도 요즘 헌법재판소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무지막지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습니다. 종합부동산세 일부 위헌 판결이 최근 있었고 2004년에는 수도 이전이 위헌이라고 관습법이라는 해괴한 이론을 내세워 판결한 바 있었죠. 헌법재판소의 몇몇 재판관들이 대통령 권력도, 입법부 권력도, 민중의 권력도 죄다 제치고 이 나라의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.
이 책 <미국 헌법과 민주주의>는 미국 헌법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조목 조목 따지고 있습니다. 여러 가지 중 한 가지가 바로 사법 권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입니다. 연방 상원을 인구 비례로 구성하지 않고 모든 주에서 똑같이 2명씩 뽑아 구성하는 문제, 대통령 선거인단이 역시 인구 비례와 상관없이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한 주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하는 문제, 헌법의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.
아직도 미국이 굉장한 정치 선진국인줄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요, 어렸을 때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으니까요. 하지만 그렇지 않죠. 오죽하면 카스트로가 선거감시단을 파견하겠다고 제의했겠습니까. 미국의 헌법은 알고 보면 여러 모로 하자가 많습니다. 2백년이 넘게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법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러 모로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조항 투성이죠. 결론적으로 미국 헌법은 수정되어야 합니다.
미국 헌법이 잘 들여다보면 인민대중이 권력에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. 미국 헌법 입안자들이 대부분 우매한 민중의 힘을 신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고, 그래서 귀족정에 가까운 제도를 설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. 미국 헌법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독서였습니다.
한국의 헌법은 어떨까요? 여기저기서 개헌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. 여기저기 손봐야 할 조항이 많은 것 같은데요, 딱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. 그것은 조항의 문제가 아닙니다. 어떤 조항을 어떻게 바꿔야겠다는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고,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. 그것은 바로 헌법 개정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.
지금의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국회 내 세력 몇몇이서 밀실에서 합의하는 헌법 개정은 절대 안됩니다. 반드시 한국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든 정치세력, 시민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개헌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. 그렇지 않으면 미국 헌법처럼 여기 저기 모순 투성이의 그런 이상한 헌법을 만들게 되겠죠. 그런 개헌은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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